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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노벨] 녹을 먹는 비스코 1권 평
  4 청아비[jangwongi]
조회 665    추천 0   덧글 1   트랙백 0 / 2019.05.13 22:17:52
이 평은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의 평입니다.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이 평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평과 의견은 걸러들으셔야 합니다. 이 평에서 한 말을 남이 뭐라 한다고 취소하거나 물릴 생각은 없지만 다른 이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죠. 평가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면 의견을 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의견에 오류가 있다는 걸 두고 말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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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전격소설대상 은상, 이 라이트 노벨이 대단하다! 신작 및 종합 부문 1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출판사에서 상을 받은 작품은 그냥 재밌거나 잘 쓴 소설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시장에 늘었으면 하는 작품, 출판사의 성향과 맞는 작품. 그러한 것이죠. 특히 전격소설대상은 라이트 노벨 공모전 중에서 가장 권위있는 공모전인만큼 이 작품의 재미는 보증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죠.

가장 중요한 건 이세계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애초에 전격소설대상에서 이세계물을 뽑지 않고 이세계물이라고 꼭 구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2010년대 이전 이미 고전이 된 라이트 노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죠. 도저히 이세계물을 읽을 수가 없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특히요.


2. 개괄적인 평가

미디어믹스화를 굉장히 의식한 작품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소설을 읽고 있는데 만화의 컷 연출이나 1쿨짜리 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 배분이 생각날 정도로 말이에요. 이야기 진행이 빠른데 디테일이 생략된 부분이 많은지라 조금 덧붙이거나 액션신을 멋지게 묘사하면 녹을 먹는 비스코 1권으로 1쿨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기준에선 진행이 너무 빠른 소설이에요.


3. 속도감

작품이 약간 두꺼운 라이트 노벨 수준인데 이야기가 보통 라이트 노벨의 3권 분량은 들어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인물에 대한 몰입이 좀 힘들어요. 분량적으로나 작품 내적으로나 어제 만난 수준이면서 다음 에피소드에서 바로 관계에 극적인 변화와 진전이 있죠. 모든 인물이 그래요. 애니메이션으로 봤다면 3개월동안 방영하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주역은 1주에 한 번씩, 조역은 1달 만에 만나는 거니까 이러한 관계의 진전이 크게 어색하지 않을 수 있는데 소설로 보니까 한 5분에서 10분, 30페이지만에 많이 고마운 사람에서 절대적으로 신뢰 가능한 친구로 관계가 상승하니 굉장히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장면이 굉장히 '그럴듯한' 장면으로만 채워져 있어서 작품 내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장르적 문법과 축적된 데이터에 호소하는 것은, 꼼수라고 해야 할까 기술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 작품은 어디선가 본 장면 '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말도 안 되게 빠른 전개인데도 불구하고 대충 개연성에 문제 없이 받아들이는 건 이전에 다른 작품에서 많이 봐온 장면이라 장면에 대한 이해도 감정도 저장된 데이터 불러오듯이 되기 때문이에요.

오로지 낯설기 때문에 이러한 속도감을 순수하게 즐기기 힘들었습니다. 작품이 시원시원하게 빠른 게 아니라 이야기가 많은데 대충 설명할 뿐인 것처럼 느껴져서 말이죠. 이러한 기술을 쓴 작품이 많이 나오면 더 실망해버릴 것 같아요.


4. 세계관

소재와 이야기가 평범하면 세계관은 독특해야 작품이 가치가 있습니다. 이 작품도 그 정석을 따르고 있기에 굉장히 독특하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믹과 고유한 설정들로 가득합니다. 

다만 활용법 역시 굉장히 정석적입니다. 왕도 소년만화처럼 말이죠. 말 나온 김에 말하는 건데 이 작품은 라노벨이 아니라 소년 점프 주간 연재작의 노벨라이즈화라고 해도 믿겠어요. 특이한 기믹에 정석적인 전개, 라이트 노벨의 문법이 아니라 소년 만화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특징만으로 그릴 수 있는 주역인물들, 특이한 이름, 개성적인 소재 조합(버섯, 녹, 철인)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소년만화 좋아해요. 소년만화는 이렇게 특이한 세계관에 왕도적인 전개를 딱 던지고 난 이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역량에 따라서 주제와 스토리를 제대로 평가 가능하죠. 그러니 좀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기믹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론 특이한 생물들도 좋아하고요, 버섯도 좋아하고, 무한한 힘을 지닌 파워업 같은 것도 좋아하거든요.


5. 히로인 없는 전개

뭐 정확히 말하면 여자는 나오죠. 나름 연애관계로 진행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근데 작품의 핵심은 그게 아니고요. 여자도, 연애 관계도 라이트 노벨의 문법이 아니라 배틀만화의 문법을 따르고 있죠.

라이트 노벨(정확히 말해서 남성향 라이트 노벨이지만)의 문법이 뭐냐, '여자를 위해서 싸운다.' 라는 겁니다. 흔히 나오는 불행소녀 구출서사 같은 것 말이죠. 여기에 한 단어를 덧붙여야 완벽해지죠. '여자를 얻기 위해서 싸운다' 또는 '여자를 위해 싸우는 나'

주인공마다 드는 명분은 가지각색이고 대놓고 '난 여자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다'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건 귀찮게 할 뿐' 이라고 말하기까지 하지만 그건 뭐 그 캐릭터 사정이고요. 소설로써의 목적성과 주제의식은 결국은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가 날 좋아한다. 라는 거예요. 소년만화에서는 러브코미디 계열에서 볼 수 있는 남성의 욕망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서사죠.

근데 이 작품은 아닙니다. 이 작품의 연애 요소는 '원피스'의 연애 요소 수준으로 희박합니다. 작품의 목적성이 '나의 힘으로 세계를 구한다'에 맞춰져 있고 그 외의 요소는 전무해요. 굉장히 특이하죠. 요즘 이세계 라이트 노벨은 '나를 좋아해주는 최고의 여자와 만난다' 와 '사나이로 한 번 태어났으면 지상 최강을 노린다'에 무지막지하게 집중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외엔 욕망에 부응하는 요소가 없어요. 이것 역시 소년만화의 문법이죠.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소년만화 중에서도 여성팬이 많은 계열의 작품인 것이...... 전 이 작품을 끝까지 다 읽고 굉장히 놀랐는데요. 남자다운 주인공의 파트너인 미형 의사 캐릭터가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요. 이 캐릭터가 컬러 일러스트부터 소년이라고 설명되고, 남자라고 묘사되고 누님 캐릭터와 남매라고 설명되고 그 누님도 이 의사도 우리는 남매라고 설명하지만,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여자였음' 계열의 캐릭터인줄 알았어요. 왜냐면 보통 라이트 노벨이라면 메인 히로인이 가져갈 역할과 에피소드와 장면과 감정의 변화를 죄다 가져가거든요. 그래서 전 이 작가가 언제 이 캐릭터가 사실 여자였다는 반전을 풀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그냥 진짜 남자였고 반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둘의 관계가 미묘했거든요. BL 요소를 노리고 한 건지, 아니면 남자간의 우정인데 제가 과대망상을 한 건지 작가가 진지하게 성소수자 캐릭터를 다룬 건지 모르겠는데 이런 시도를 한 라이트 노벨을 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노우에 켄지가 성소수자 희화화로 먹고 살고 있을 뿐이죠.

그러면 어떻게 여자와 엮이는 부분이 굉장히 적은 이 소설이 왜 라이트 노벨 부문에서 대상을 탔는가? 라면 사실 일본 라노벨 업계도 깨달은 것 같은데요. 대히트를 친 왕도 작품, 드래곤볼, 슬램덩크,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등등등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친 작품들을 보면 명확한데요. 사실 히로인들이 마구 꼬이는 하렘 전개 내지 인기남 전개는 대중성이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러브코미디는 언제나 배틀보다 마이너죠. 여성 독자 뿐만 아니라 남자 독자들도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경우 많아요. 여자애들 대신 남자들과 놀고 싶어하는 소년의 심리라고 할까요? 그냥 싸우고 강해지고 뭔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이 사랑하고 싶어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은 현실에서도 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라를 구하거나 세계 최강이 되는 건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잖습니까. 

말하자면 남성 서사에 더 집중하고자 하는 거죠. 한국 웹소설은 여자가 나오면 작품 전개가 더뎌질 거라고 극혐하는 수준에 이르러 연애 요소고 뭐고 넘어간 채 갑질에만 집중하고, 일본 웹소설은 여성 서사를 가능한 제거하고 편의적으로 여자들이 꼬이는 그런 전개를 펼치고 있는데, 거기에 이어서 아예 연애요소가 없는 소년만화라고 해야할 소설이 나온 겁니다.


6. 총평

자 그래서 불평이 많았습니다만, 재밌는 작품입니다. 왕도 소년만화는 못 만든 게 아니면 실패하질 않아요! 오히려 재밌으니까 불평을 많이 하게 되는 거죠. 어디서 본 장면들이지만, 그렇다고 어디서 딱 봤다고는 말할 수 없는 전개가 바로 왕도. 첫단추는 잘 뀄으니 이 작품은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거의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요즘 취향 갈리는 작품도 많이 나오는 시대엔 이게 가장 큰 장점이죠.

작성자에 의해 2019.05.13 11:24 에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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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물 디스하는 시점에서 스크롤 내려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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