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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니터 속의 그녀 by 갓카

그녀는 2D인가 3D인가, 그 중간에 서있는 존재였다. 내 모니터 속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여자, 솔이. 솔이와 유신아의 아찔한 동거가 시작된다?!

[일상,러브코미디]
총 편수 37 / 총 관심작 수 2 / 총 추천수 5 / 총 용량 524.078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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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노트북 트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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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865    추천 0   덧글 0    / 2019.03.30 04:26:41


18화.노트북 트러블

 시스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그런 문구가 화면 아래에 뜰 때면, PC는 보통 재부팅을 요구한다. 허나, 난 솔이가 온 후 노트북을 단 한 번도 재부팅 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솔이에게 여쭤본다.
 "솔아,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잠깐 재부팅 좀 해야겠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노트북의 전원을 끈다면 솔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 호기심이 나를 자극해 온다.
 「뭐어? 싫어! 당연히 깜깜해질 거 아니야?!」
 솔이는 당연히 거부했지만, 시스템의 중요 업그레이드가 있다며 재부팅을 종용할 것을 알리는 메시지가 연신 떠오르며,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인데……."
 이래서야 도저히 아무 작업도 할 수 없었다.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메시지에 기껏 집중했던 정신이 흐트러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솔이에게 물어봤으나 역시나 솔이는 완강하게 거절한다.
 「싫어! 싫다구! 하지 마! 안 돼!」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이쯤 되면, 오히려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야! 깜깜하면 무서우니까!」
 …나는 그 순간 차마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무서운 건 인정하겠다만, 잠깐이라도 참아줄 수는 없는 걸까.
 "그야 그렇겠지만, 잠깐이면 되는 걸?"
 솔이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아니면 완전히 포기한 듯, 그런 복잡한 얼굴로 말한다.
 「그럼, 잠깐 뿐이니까! 빨리 해 버려!」
 그렇게 말하며, 뒤로 돌아서 웅크리고 앉는다.
 양손으로 귀를 막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고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솔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노트북의 재부팅 버튼을 꾹 눌렀다.
 정말로, 잠깐이었던 순간이었다.
 팟─하는 소리와 함께 노트북이 멈춘 것은─.
 "어, 어라?"
 다시 키를 눌러본다. 노트북은 미동조차 없다. 아니, 애초에 움직일 리가 없지만─.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그 무서운, '응답 없음' 창이 뜨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업데이트하던 도중에 멈춘 이후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어, 어떡하지. 이거? 소, 솔이는?"
 다시 한 번 키를 눌러본다. 여전히 반응은 없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키를 누르자, 새파란 화면이 떠오른다.
 아, 이건 알고 있다. 소위 말하는 '블루 스크린' 이다.
 ……어, 정말로 큰일이 났는걸.
 "어쩌지?! 블루 스크린이라니?!"
 나는 당황하여 방 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그러나, 뚜렷한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설마 완전히 맛이 간 건 아니겠지, 하고 천천히 읽어본다.
 대강, 시스템에서 에러가 발생하여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블루 스크린을 띄웠다고 쓰여있……지만!
 "애초에 띄우지 말란 말이야! 아악!"
 다시 한 번 키를 누르자, 화면이 검게 바뀐다.
 이제는 블루 스크린마저 나오지 않고, 검은 화면만이 출력되고 있다.
 어쩐지, 정말로 큰일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 어떡하지, 이거?!"
 A/S를 불러야만 하나? 그랬다간 솔이가!
 아아! 어떡하면 좋지, 어떡해야 할까.
 일단 재부팅을 시도해 보자는 생각에, 나는 전원 버튼을 다시 꾹 눌러 노트북을 껐다.
 허나, 꺼지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전원을 끌 수조차 없다니!
 정말로 큰일이다. 큰일이 나 버렸다.
 안 돼, 당황하지 마라. 이런 난관쯤은 언제라도 해쳐나갈 수 있……을까?
 나는 황급히 노트북을 뒤집었다. 냉정한 판단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스템이 망가질 수도 있었지만─그래도 이렇게 둘 수만은 없다.
 전원을 끈다……. 전원을 끈다……. 전원, 배터리?!
 나는 재빨리 모니터의 배터리를 분리해냈다.
 굉음과 함께 돌아가던 노트북의 팬이 멈추고, 까만 화면이 빛을 잃는다.
 확실히, 노트북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배터리를 다시 끼우고, 전원 키를 누르면─.
 그 때, 문득 불안감이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이만큼의 오류가 터져 나왔고, 황급하게 노트북의 배터리를 분리해 버렸다. 과연 솔이는 무사할까?
 만약, 노트북을 다시 켰을 때, 솔이가 없다면──나는…….
 그런 걱정에 시달려서, 차마 켜지는 노트북의 화면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러나 몇 초 후──.
 「끼야아아앙, 아아앙, 아아아아악─!」
 그런 괴성이 들려와 노트북의 화면을 보자──.
 ─솔이가 있었다.
 "소, 솔아?"
 웅크린 채 비명을 지르는 솔이를 보며, 넌지시 말을 건네 보자──.
 「신아 바보───!! 왜 이제야 오는 거야! 내가 얼마나 무서웠다고 그동안!」
 다행히, 솔이는 무사한 것처럼 보였다.
 내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오며, 안겨 들기라도 할 기세로 달려들다가 화면에 부딪히고 뒤로 자빠진다.
 「아야…….」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진 솔이에게 손을 뻗어주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난 또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어."
 빠직──.
 「큰일 맞다고! 바보야! 얼마나 어두웠는지 알아? 얼마나 깜깜했는지 아냐고! 후에에에엥──.」
 훌쩍거리며 울먹이는 솔이를 보며, 어떻게 대처해줘야 될지 모르는 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자애를 울리면 못쓴단다. 신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달래주거라."
 그것은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아니, 잠깐만 아버지가 와 계신다고?
 다급하게 뒤를 돌아봤지만, 방문은 잠겨 있다. 그렇다면 이 문 뒤에 있는 것이다.
 아마, 내가 추측하건데 문을 열고 들어오려다 안에서 난 소리에 멈추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즉─솔이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오는 건 좋지만, 사고는 치지 말거라."
 아버지의 목소리는 그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근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래?!
 "한창이군…….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망치에 무릎을 다치기 전에는 말이야."
 대체 무슨 말을 하고 계신 걸까. 틀림없이 무언가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아버지에게, 나는 혼신을 다해 외쳤다.
 "마치 다 아신다는 것처럼 말하지 마시라고요! 으아─!"
 그러나 그런 내 처절한 외침은 끝내 전해지지 않았다.

 * * *

 "휴, 정말로 큰일이었어."
 다행히 노트북의 시스템 업그레이드는 약간의 오류를 겪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다행히, 갑작스러운 블루 스크린에 겁먹었지만 딱히 문제가 생긴 부분은 없는 것 같았다.
 그것에 안도하는 나와, 아직도 웅크린 채 꼼짝도 않는 솔이.
 마치 우리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둘의 거리는 가까우면 서도, 무언가에 가로 막힌 듯 닿지 않는다.
 "……."
 「…….」
 아마 솔이는, 자신이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기에 그런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 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애초에 제대로 된 인간관계라고는 전혀 맺지 못하여 친한 친구도 김현 한 명 뿐인 나에게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었다.
 더군다나 여자아이라면─더한 문제였다.
 「뭐, 됐어……. 어차피 같이 사는 몸인 걸…….」
 납득한 것인지, 자포자기 한 것인지 모를 말을 하며, 솔이는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글 마저 쓴다며? 내가 도와줄게.」
 결국, 먼저 정적을 깬 건 솔이였다.
 "…이제 괜찮은 거야?"
 어쩐지 걱정스러워서 한 마디 더 하자니,
 「굳이 내가 추태를 보였던 걸 다시 떠올리게 하지 말아줄래?」
 날카롭게 노려보며 그렇게 말한다. 아무래도 괜한 화를 산 것 같다.
 "으, 응……."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백업용 USB에 작업하던 파일들을 모두 백업한 후, 새로 작업을 시작한다.
 「난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돼. 이 카로라고 하는 이름도 헷갈리는 사람은 왜 주인공을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워드 파일의 한 부분을 콕 짚으며, 솔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대한 스포일러이긴 한데……, 너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반해 있는 상태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보통은, 포기하겠지…….」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런 답변을 늘어놓는다.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이른바…… 집착이라고 하는 거지……."
 측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솔이에게, 나는 장난 식으로 건넸다.
 "만약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솔이는 약간, 곰곰이 생각하는 태도를 취하더니, 이내 답변을 내놓았다.
 「…나는,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둘을 응원해주겠지……. 어차피 지금 상태로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자조적인 말을 늘어놓는 솔이를 보며, 난 내가 말실수를 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
 그저 우두커니 서 있자니, 솔이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뭘 또 시무룩해 있는 거야. 자, 빨리 시작하라구.」
 솔이의 말에 따라서, 나는 잠시 멈추어 뒀던 작업을 계속했다.
 우선, 폴더를 열고 정렬해 두었던 파일을 찾는다. 그 과정은 솔이가 전력으로 도와주었다.
 "하아암~."
 하지만 역시 지루한 작업이다. 도저히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능적으로 확인한 조회수는─.
 "하하하하──."
 「…이쯤 되면 너 그냥 글쓰기에 재능 없는 거 같은데 포기하는 게 어때?」
 헛웃음을 터뜨리는 나에게, 솔이는 냉혹한 진실의 창을 던져온다.
 피할 수조차 없이, 내 가슴에 쿡쿡 박히는 진실(Fact)들에 가슴 아파 하면서도,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그래도, 쓰는 수밖에 없잖아……. 누군가 언젠간 보겠지……."
 그런 실낱보다 가는 희망에 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었다. 소위 말하는 '정신 승리' 라고도 했던가.
 솔이는, 그런 날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호오, 아무튼 잘 해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벌써부터 졸음이 몰려오는 건 물론 이와, 아직 한 쪽도 채 쓰지 못했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아아!
 몰려오는 지루함에, 그리고 피로감에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맡겼다.
 "역시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래."
 솔이는 피곤한 지, 하품을 하며 다소곳이 앉아 있다.
 「벌써? 저질 체력이야.」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
 정말로, 더는 글을 쓸 수 없었다. 뭐라고 할까, 글이 써지질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이 이상은 한계였다. 억지로 글을 짜내봐야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나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단 말이야. 그래서 주인공은 어떻게 되는데?」
 턱을 괸 채로, 솔이는 마음 편하게 누워 있었다.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배신한 동료와 싸우게 돼."
 기지개를 쭉 뻗으며, 솔이는 말한다.
 「그렇구나……. 흐아암.」
 솔이의 말을 듣고, 어쩐지 진짜로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나 절망적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 처지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아직도 부족한 것인가.
 또 다시, 나도 모르는 새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허탈하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잠깐, 쉬는 게 좋을까.
 그런 생각에 잠깐 타이핑을 멈추고 키보드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그대로 책상에 엎어진다.
 오랜 시간 동안 참아왔던 졸음이 몰려온다. 더는 참을 기력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고작 몇 분간의 짧은 단잠을 자고 일어났다.
 "흐아암, 솔아 잘 잤어?"
 우선 일어나기 무섭게 솔이의 상태를 확인한다.
 솔이는─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솔이도 잠깐 잠에 빠져 들었던 걸까.
 "슬슬 일어나지 그래?"
 그렇게 말하며 마우스를 움직인다.
 마우스를 움직인다.
 …마우스를 움직인다.
 마우스가 움직이지 않는다?
 "어?"
 다시 한 번 솔이의 상태를 확인한다.
 솔이는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잠을 자는 자세로─. 그 상태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하, 설마 이거……."
 아무리 솔이를 불러 보아도 반응은 없다. 마우스를 움직여 보아도, 키보드를 건드려 보아도 노트북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걸 자각한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노트북은 그렇게 또, 멈춰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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