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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니터 속의 그녀 by 갓카

그녀는 2D인가 3D인가, 그 중간에 서있는 존재였다. 내 모니터 속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여자, 솔이. 솔이와 유신아의 아찔한 동거가 시작된다?!

[일상,러브코미디]
총 편수 36 / 총 관심작 수 2 / 총 추천수 5 / 총 용량 509.217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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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노트북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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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780    추천 0   덧글 0    / 2019.06.22 15:47:34

28화.노트북논파

 은하와의 데이트 약속이 잡힌 날은, 바로 내일이다.
 데이트, 그것이란 무엇인가. 목표는 무엇인가, 무엇을 데이트라 부르는가.
 데이트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어감이 이상했지? 은하는 어떻게 이런 말을 꺼낸 거지?
 아아, 정말로 머리가 아프다.
 지끈지끈한 격통에 미간을 찌푸린 채, 나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 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막상 은하와의 데이트가 코앞까지 닥치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그 때는 상황이 상황이었으니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하는 것이 최선이었으니 그렇게 받아들이고 만 걸까?
 하지만 나는, 대체 무슨 일을──!
 물론, 은하와의 데이트가 싫다는 건 아니었다. 단언컨대 맹세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좋다면 좋…….
 그만두자. 괜히 스스로를 변호하려고 하다가 점점 더 횡설수설해지기만 한다.
 그렇게 생각 속에서 신음하는 날 보며, 솔이는 쿡쿡대며 웃었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완전 죽을상이잖아.」
 솔이의 눈에도 느껴지는 건가. 정말,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은 이 고통을…….
 준비해야할 것이 많았다. 너무나 많았다.
 우선은 옷, 내일은 뭘 입고 나가지? 이상하게 입었다가는 서로 민망하기만 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머리는 어떻게 다듬는 게 좋을까. 그냥 평소처럼 하면 되려나?
 지갑 사정은 아직까지는 여유롭다. 용돈을 추가로 받을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그것은 마음의 준비였다.
 왜 이러냐고 말한다면, 은하와 단 둘이 만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데이트라는 말을 들은 이상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늘 함께 지내왔던 은하가 여자로 보였던 순간일까. 의식하지 않던 부분을, 정확히 찔러온 걸까.
 평소에는 함께 걷거나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은하는 친구였기에 그렇다.
 그러나 이번에는, 데이트다……! 커플처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솔이는 이런 내 기분을 이해해줄까. 아니, 저 표정을 보아하니 분명히 비웃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말하진 않았지만, 대강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럼 그렇지~. 너 같은 모태솔로한테 이런 일은 처음일 테니까?」
 빠직─.
 "아니라고……! 축제에 갔던 일을 잊은 거야?!"
 「그 땐 모두 함께였으니까~.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할 말이 없었다. 여럿이서 있는 것과 단 둘이 있는 건 전혀 다른 맥락의 문제이다.
 하지만 은하에게, 이렇게나 두근거리게 될 줄이야. 정말로 생각치도 못했다.
 은하도, 마찬가지일까?
 아니면, 나 혼자 설레발을 치고 있는 것에 불과할까?

 * * *

 그리고, 마침내 당일이 찾아왔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그 날이 찾아오고 말았다. 은하와의 데이트, 역시 아직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늦지 않기 위해 시간을 정확하게 체크해가며 길을 걸었다. 조금 더 일찍 집에서 나온 건 덤이었다.
 솔이에게는 잠깐 외출한다고 일러두었지만, 대강 눈치채버린 것 같다. 역시 솔이의 눈은 예리해서 결코 피할 수 없다.
 "조금만 더 빨리……!"
 서둘러서 역 앞에 도착하자, 토요일 오전 시간대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적었다.
 다시 한 번 손목의 시계를 확인한다. 대략 20분 정도 일찍 나왔다.
 너무 일찍 나온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이 낫다.
 오히려 은하와 바로 마주쳤다면, 분명 서로 우물쭈물 대기만 할 테니까…….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겸, 나는 자판기로 다가가 캔 커피 하나를 뽑아 들었다.
 가볍게 잡아들어 확인한 온도는 딱 좋게 시원하다. 그 상태에서 곧바로 한 모금 들이켰다.
 아직 노곤한 몸에 카페인이 들어가서, 조금은 활기가 돌아왔다.
 은하가 온다면, 어떻게 인사해야할까?
 평소처럼 인사하면 되려나? 아니면 데이트니까 좀 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할까?
 근처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은하에게 건넬 인사를 연습했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몇 번이고 연습했다.
 그러던 와중 지나가던 꼬마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은하가 올 때가 된 것 같다는 직감이 몰려와 나는 곧바로 뒤돌아섰다.
 그리고, 정확히 은하와 마주쳤다.
 "어……, 어라?"
 "…으응?"
 은하는 살짝 앞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내 어깨를 짚으려던 걸까. 그리고, 내가 뒤로 돌아보자 부끄러워졌는지 수줍게 내밀었던 손을 꽉 쥐었다.
 "…그, 신아 너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가슴 한켠에 따끔한 게 느껴졌다. 설마 본 건 아니겠지……?
 "응?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난 잘 모르겠는 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해 보았지만─.
 "계속 안녕? 안녕? 하고 있지 않았어? 자판기를 보면서……."
 ─철렁하고 가슴이 내려앉는다.
 역시 보고 말았다. 보고 만 것이다.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을, 전부 보고 만 것이다. 아아, 보여져 버렸다. 은하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부끄럽다…! 그리고 또 부끄럽다……!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 그…… 자판기에도 인격이 있다면 어떨까…… 하고……."
 어쩐지 나,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패닉에 빠져버리고 만 걸까?
 "그, 그렇구나……!"
 다행히 은하가 그렇게 얼버무려주면서, 상황은 종료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기고 말았다. 처음부터 준비하던 인사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 그리고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는 것……!
 잠깐, 나 무슨 말을 한 거래? 완전히 이상한 놈이잖아……!
 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이러는 와중에도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아, 아무튼……! 이거……."
 자연스럽게 동전을 넣어 아무 주스나 뽑은 후, 은하에게 건넸다.
 이거면 어떻게든 넘길 수 있을까? 확실히 미지수지만 일단은──.
 "나, 오렌지 주스는 별로 안 좋아해."
 그런 말을 듣고 말았다. 역효과인가…….
 "…하지만 네가 준 거니까 고맙게 받을게."
 그러면서, 은하는 내가 건넨 주스를 한 모금 홀짝거렸다.
 "아, 아냐! 무리해서 마시지 않아도……."
 나는 양팔을 저으며 말렸지만 은하는 기어이 입가에 대고 만다.
 "콜록, 콜록!"
 괜스레 미안해지는데 덩달아서, 내 말에 사레가 들렸는지 콜록거리기 시작한다. 이래서야 죄책감은 극대화된다.
 "괜찮아?!"
 "으응……."
 다행히 사레는 금방 멈추었지만, 어쩐지 은하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어디로 갈까?"
 멍하니 땅바닥만 보고 있자니, 은하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하긴, 이러고 있을 때도 아니었다. 은하에게 미안하니까, 조금 더 힘낼 수밖에 없다.
 "점심은 먹었어?"
 은하는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고개를 도리질 치며 말한다.
 "아, 아니! 아직……! 먹으러 갈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기서는 은하의 말에 따르는 게 좋을 거라 생갔되었기에, 나는 은하가 이끄는 대로 졸졸 따라나섰다.
 "……."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시내의 파스타 전문점이었다.
 "파스타?"
 "…별로야?"
 딱히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이었지만, 여기서는 은하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묻는 은하에게, 나는 나직이 말했다.
 "…아니, 여기로 들어가자."

 * * *

 내 생애에서 이렇게 은하와 마주보고 앉은 적은 처음이었다. 세세히 따져보자면 어릴 적에도 몇 번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그때와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은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긴장되는 것이었나?
 나는 조용히 물만 홀짝거렸고, 주문을 마친 은하는 애써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하와 내가 주문한 건 각각 해물 파스타와 까르보나라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동안 어색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나 어쩐지 은하가 힐끔힐끔 이쪽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말없이 빈 물잔 만을 내려다보았다.
 "음…!"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내봤으나 무슨 말을 할 지 떠오르지 않는 건 아까와 매한가지, 아무 말이나 꺼내보자니 은하의 눈치가 보인다.
 …말문이 제대로 트이기까지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조금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때는 정말 웃겨서 죽는 줄 알았어."
 "하긴, 걔는 가끔 그러는 때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치고 수다를 떨며 배시시 웃는 은하의 얼굴을 보며, 나는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기죽은 듯한 아까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이런 은하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은하와 따로 만났지만, 역시 은하는 은하였다. 조금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근데 그거 느끼하지 않아?"
 "응? 어떤 거?"
 은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을 보고 나서야, 나는 은하가 내가 주문한 까르보나라를 말한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이거밖에 몰라서……."
 늘 주문하던 건 이것 하나뿐이었다. 이 맛에 익숙해진 건 둘째치더라도, 다른 건 어쩐지 시도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은하는 눈에 힘을 주고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거리낌 없이 포크로 까르보나라를 푹 찔러 말아 올렸다.
 "응? 느끼하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야 겉으로 보기에만 그런 거고…… 실제로는 다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는 자신의 접시로 옮겨간다.
 "아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오렌지 주스 때와 마찬가지로 또 입에 맞지 않으면 어떡할까 싶어서 나는 초조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 내 앞에서 가지런히 앉은 은하는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파스타를 입가에 가져간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킨 건 나였다.
 "후우……."
 은하는 파스타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살짝 찡그렸다가 이내 약간 놀라는 투로 변하는 표정의 변화를 보며, 나는 내내 노심초사했다.
 저건 과연 긍정일까, 부정일까, 아직은 알 도리가 없었다.
 그 걱정을 뒤로하고, 은하는 마침내 까르보나라에 대한 평가를 끝냈다.
 "…음, 확실히 처음엔 느끼하다고 느꼈는데 생각보다 괜찮네?"
 당연히 싫어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느끼하지만은 않았나보다.
 "정말?"
 허나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고 말았다. 어지간히 기대했던 걸까.
 "응응. 이거랑은 또 색다른 맛이라서 신기해."
 다시 한 번, 까르보나라를 집어간다. 나로서는 이미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 참으로 상관은 없었지만, 어쩐지 은하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약간 축 늘어진 모양새로 앉아있자니, 은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피곤해?"
 나도 은하도, 그릇은 거의 비워져 있었다. 이 느낌은 피곤하다기 보다는…… 다른 종류일 것이다. 식사를 방금 마친 탓일까?
 "그런 건 아닌데 조금 몸이 나른하네……."
 사실은 눈이 조금씩 감겨왔지만, 은하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은하는 틀림없이 내가 자신 때문에 피곤해한다고 느낄 테니까.
 그런 나와는 정 반대로, 은하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언제 봐도 기운이 넘치는 애였다.
 "그럼 카페라도 갈까?"
 식사도 슬슬 마쳤겠다, 잠을 깨려면 커피라도 마시면서 쉬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나도 동일한 생각이었다. 카페는, 예전에도 글을 쓸 때 자주 갔던 장소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은하와 카페에서 마주쳤던 적도 몇 번인가 있었던 것 같다.
 "…카페도 나쁘진 않지."
 "응…!"
 은하는 만족하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계산은 깔끔하게 절반씩 내기로 했다.
 그렇게, 은하와 다시 거리로 나오니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반겨주었다. 날씨는 일단, 확실히 괜찮았다. 식사에서 오는 이 노곤함만 어떻게 처리하면 완벽하다. 카페는 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거리에서 카페를 찾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당장 보이는 간판 3개만 하더라도 전부 카페였으므로, 은하는 나를 데리고 그 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
 "주문은 어떤 거로 할 거야?"
 메뉴판에 빼곡히 들어선 갖가지 종류의 음료가 있었지만, 내가 고르는 건 항상 라떼가 아니면 카라멜 마끼야또였다.
 그러나 이번엔, 평범하게 라떼가 끌렸다.
 "나는 카페 라떼로 부탁할게."
 "그럼 나는…… 카푸치노로 할게."
 주문은 이런데 능숙한 은하가 했고, 나는 한적한 자리를 찾아보는 역할을 맡았다.
 창가가 좋을까 아니면 가장자리가 좋을까, 나는 그걸 묻기 위해 은하에게 다가갔다.
 이변을 눈치 챈 건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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