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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니터 속의 그녀 by 갓카

그녀는 2D인가 3D인가, 그 중간에 서있는 존재였다. 내 모니터 속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여자, 솔이. 솔이와 유신아의 아찔한 동거가 시작된다?!

[일상,러브코미디]
총 편수 55 / 총 관심작 수 2 / 총 추천수 5 / 총 용량 799.937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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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모브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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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갓카[anileonhart]
조회 952    추천 0   덧글 0    / 2019.11.27 08:02:13

36화.모브 노트북

 그런 일을 당하고 난 다음 날, 나는 온몸이 욱신거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래도 난간을 붙잡고서라도 학교에 도착하여 자리에 앉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규현이 들어왔다.
 그대로 나와 시선을 맞추며─이규현은 단상에 올라선다.
 그의 시선에서 깔보는 듯 한 빛이 서려있던 건 필시 잘못 본 것이 아니리라.
 언제나 그래왔듯이 조회 시간이 지나가고, 수업 시간이 흘러간다.
 일상에서 바뀐 것이라고는 조금도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들이 노트북이 가짜라는 걸 눈치 채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터이다.
 그리고 가짜란 걸 알게 되면, 더한 보복이 있을 지도 모른다.
 어제의 경우를 보면 어쩌면 아무도 모르는 새 시체로 발견된다거나 그런 최악의 경우도 생길지 모른다.
 어젯밤 솔이는 말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을 지킬 이유가 있냐고, 은하 또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와 솔이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솔이를 그대로 버려둘 순 없었다. 스스로 그렇게 맹세했으니까, 나는 솔이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다.

 * * *

 점심이 지난 후, 옥상에 있는 정원에 홀로 있자니 유라가 찾아왔다.
 은하나 솔이와 마찬가지로 그 눈빛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듯 울적했다.
 "어제 겪으신 일은 들었습니다."
 "……."
 나는 말없이 그저 숨을 내쉬었다. 차마 그렇다고 수긍하기에도 애매했기 때문에,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저 또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때 동물원에서의 일로 인해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으니까요. 앞으로는 선배가 집에 안전하게 들어갈 때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유라에 말에 흠칫 놀라며 나는 기대고 있던 난간에서 화급히 일어섰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에게 배웅을 맡기는 건 무리였던 것이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아니요. 꼭 그럴 겁니다."
 고개를 도리질 치며 유라는 부정한다.
 어제의 일을 그대로 찍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증거물로 제출할 수 있겠지만, 혼자 있어서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유라를 동반하는 건 너무나 위험했다.
 "선배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 지 압니다. 그러나 저 또한,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유라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상기되어 있었다. 그만큼 유라의 의지 또한 굳건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유라를 위험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이규현이 오고 나서, 내 일상이 변했다.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심리적인, 그리고 물질적인 압박감이 나를 옥죄어 오는 게 느껴졌다. 이것이, 그 사내의 공포인가.
 사회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나를 말살하려는 의도가 다분하지만 정작 자신은 멀리서 관찰하고만 있다. 아마 확신을 가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모양이다.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을 게 눈에 선하지만, 나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했다가는 역으로 반증하게 되는 꼴이니까──.
 하지만 말했다시피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만은 없다.
 뒤바뀌고 얽혀버린 일상을 벗어나 예전의 평화로웠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갈 것이다.
 "네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위험한 일이야. 너까지 말려들게 할 수는 없어."
 나는, 정말이지 뻔한 대사를 말하고 말았다. 유라는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고, 내게 안겨왔다.
 "이미, 말려들었는걸요. 아니, 처음부터 저로 인해 선배가 말려들게 됐을지 몰라요. 그러니까 저도, 돕게 해 주세요."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답한다.
 "미안해. 이 일은 나에게 맡겨줘."
 "……."
 유라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품에 안겨 꼬옥 끌어안을 뿐이었다.
 "다시 그렇게 다쳐서 돌아오면, 가만 안 둘 거예요."
 약간 혼내는 듯이 말하는 유라에게, 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막상, 해결책은 없었다.
 그 깡패 무리를 만났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도망치는 일 뿐이다. 오직 그것만이, 오직 그 뿐이었다.
 그 이후 계단을 내려가던 중 은하와 마주쳤다.
 당연하게도, 은하가 한소리 한다.
 "그런 놈들을 만났을 땐 불러달라고, 흠씬 패줄 테니까!"
 어렸을 때부터 격투기를 익혀왔다고 했었나, 은하라면 더할 나위 없는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지 모른다.
 하지만 거절한다.
 그것이 도리어 은하를 위험에 빠트릴지 모르기에, 나는 은하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은하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며, 나는 계단을 마저 내려갔다.
 그리고 복도에서, 이규현을 만났다.
 이쪽을 내려다보는 그 시선에, 나는 정정당당하게 맞섰다.
 "유신아 군? 최근 들어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보건실에라도 가보는 게 어떠니?"
 정작 그렇게 만든 당사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렇다. 정말 웃기지도 않은 시시한 농담이었다.
 "…당치도 않죠. 선생님이야말로 최근 들어 피곤해 보이시는데 업무가 너무 많으신 거 아니신가요?"
 화살을 쏘아붙이듯 던진 내 말에 이규현은 코웃음 쳤다.
 "확실히, 최근 여러모로 일이 많긴 하지. 유신아 군도 몸조심하게."
 그렇게 말하며 내 옆을 지나치는 이규현에게 나 또한 한 마디 내뱉는다.
 "선생님도요."
 그 말은 어쩌면, 이규현과의 선전포고를 의미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나중에 떠올려 냈다.

 * * *

 그날 오후 일과를 마친 후, 나는 가능한 빙 둘러서 집으로 향했다.
 그 깡패 무리와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 지름길이 아닌 큰 길로 걸어갔다.
 시간은 슬슬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시간이었다. 7~8시 경이었을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그 깡패들과 다시 마주하고 말았다.
 정확히는 집으로 가는 코너 길의 길목에서 깡패들이 상주하고 있던 것이다.
 마치 길을 가로막듯이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지극정성이시네요. 집 앞에서 배웅해주시다니……."
 말하는 나도 식은땀이 흘렀다. 나도 모르는 새 뒤로 몇 걸음 물러서고 있는 게 느껴졌다. 여차하면 도주하기 위한 본능이었을까.
 저들이 여기에 서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트북이 가짜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스스로 뛰어든 건 나지만, 이렇게 마주하고 나니 막상 겁이 났다.
 싸울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이길 수 있을 리도 없다. 남은 선택지는 도주뿐인데 잘 풀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내가 우려하던 상황은 바로 이 상황이었다.
 은하나 유라가 말려들길 원하지 않던 이 상황, 그렇기에 나는 홀로 저들에게 맞선 것이다.
 그랬기에,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내 책임이었다. 그 누구도 책망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다. 오로지 내 힘으로만 이겨내야만 하는 상황이고, 그럴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네 노트북은 어디에 있나?"
 가운데에 선 사내가 말한다.
 "나야 모르지. 어디에 있을까?"
 "네 주변 인물들에게 피해가 가도 상관이 없단 말이냐?"
 그 말에는 나도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걸 티냈다간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되어 버리고 만다.
 "네가 노트북을 넘기면 모두 없던 일로 해주겠다."
 깡패 무리는 그런 제의를 해왔지만, 솔이를 넘겨줄 수는 없었기에 완고히 거절한다.
 "미안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내 발은 이미 돌아섰다. 곧바로 도주할 수 있다. 이대로 집으로 도망칠까? 아니면 경찰서로 도망칠까? 혹은, 맞서 싸운다는 선택지도 없진 않았다.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깡패들이 다가온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무게감이 여기까지 전해져 온다.
 아직 선택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 발은 이미 그들이 다가올 때마다 물러서고 있다.
 도망칠까? 그랬다가는 나 자신은 무사해도 주변 인물들이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다.
 고심 끝에 내가 선택한 선택지는 하나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던 맞서 싸울 뿐─.
 깡패들이 코웃음 치며 다가온다. 나는 어설프게 자세를 잡고 있다. 거리는 좁혀지고, 또 좁혀진다.
 나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내지를 준비를 한다. 깡패 또한 한손을 집어 든다.
 그리고 그 일순─묵직한 타격음이 내 귀를 강타해왔다.
 내가 맞은 것일까, 내가 내지른 주먹에 상대방이 맞은 것일까, 나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이 망할 놈들아!"
 ─그곳에 있는 건, 화려하게 돌려차기를 날리고 있는 은하였다.
 머리에 돌려차기를 제대로 맞은 깡패가 주춤거리며 물러서고, 옆에 있던 사내가 은하에게 주먹을 내지르지만 한 발도 은하에게 닿지 못한다.
 그리고 이내, 은하가 연달아 내지른 주먹에 맞고는 저 멀리 밀어 차인다.
 나머지 한 명의 사내는, 어쩔 줄 몰라 어리버리하게 서 있다. 그 사내가 은하에게 달려들려던 순간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경찰차에서 사람들이 내린다. 빛이 사그라지며 나타나는 인영은, 유라였다.
 "선배……!"
 내 쪽으로 달려와서 안기는 유라를, 나는 차마 받아내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그런 날 보며, 은하가 째릿하고 시선을 준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은하는 경관들과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깡패 무리는 이 근처에서 같은 행위를 일삼던 악질 깡패들이었죠. 감사드립니다."
 그들을 취조하면, 무언가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내가 내 영역이 아니었다.
 일이 조금이나마 풀렸다고 생각되니 긴장이 풀려 버려서, 나는 유라에게 기대어 일어섰다.
 "괜찮으세요? 선배."
 "응……."
 은하는 팔짱을 낀 채 이쪽을 보고 있다. 그 날은 결국, 나는 은하와 유라 둘 다 집까지 안전하게 배웅해주고 말았다.
 그중 은하는 바로 옆집이기에, 잠시 이야기를 나눌 틈이 있었다.
 "그래서, 나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솔직히, 은하가 그때 와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실컷 쥐어 터졌을 것이다. 은하의 공이 크다면 컸지 모자르진 않았다.
 "…고마워."
 "고작 그 정도야?"
 은하는 왠지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언가 더 원하는 게 있는 걸까?
 "그러면 뭐라도 해줄까?"
 "……."
 갑자기 은하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어째서인지는 나로선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아냐.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
 그렇게 말한 후, 은하는 먼저 돌아서서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 또한 뒤를 이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집으로 향했다

 * * *

 「그래서, 일은 좀 풀렸어?」
 "정말 조금이지만 말이야."
 겨우 이규현이 이끄는 깡패 무리를 잡아냈을 뿐이다. 아직 유라와 나를 감시하는 이들과 이규현 본인이 남아 있다. 일은 절대로 끝난 게 아니었다.
 이제야 겨우 이규현에게 한 번 유효타를 먹였을 뿐이다.
 이규현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저 가벼운 잽 정도로 생각할까, 진지하게 생각하고 움직일까.
 앞으로의 움직임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규현이 더욱 강수를 던져올 지, 혹은 지금과 같은 방법을 고수할 지, 나로서는 감히 추측할 수도 없다.
 그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으리란 것만이 유일하게 자명한 사실이었다.
 「오늘 밤은 푹 자겠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잠이 쏟아지진 않았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가 자려고 하지 않다. 복잡한 생각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쪽은 괜찮아? 지낼 만 한 거야?"
 내 말에 솔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폴더에 눕는다.
 「응. 갑갑한 네 방에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아쉽네. 조금은 그리워할 줄 알았는데……."
 솔이는 고개를 홱 돌리고 있었다. 부정하는 걸까.
 그러다 문득, 내 어깨 너머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한다.
 「화분 관리는 잘 되고 있어?」
 화분이라, 유라에게 받은 물망초를 말하는 걸까. 그것이라면 꼬박꼬박 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물 받은 것이니 만큼, 더욱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잘 지내고 있어."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는 걸까?
 「아무튼, 잘 부탁해. 아아, 은하 얜 언제까지 샤워를 하는 거야!」
 먼저 입을 연 건 솔이였다. 그것과 동시에, 저 멀리 가버린다.
 후우, 하고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싸워야만 될까. 과연 이규현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확실하진 않지만, 되는 한까지 나는 노력할 것이라고, 조용히 허공에 팔을 들어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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